[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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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3.2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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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윤화는 그런 아버지가 걱정이 되어 하루는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는 안방으로 들어가 아버지 앞에 다소곳이 앉았다.

“아버님! 혹 마음속에 무슨 근심거리라도 생기신 거예요?”

윤화의 말에 배진우는 딴청을 부렸다.

“아니다. 아무 근심도 없다!”

윤화는 따지듯 다시 입을 열었다.

“아버님! 무슨 일인지 말씀해 주셔요! 저번에 촌장 어른을 만나고 오신 후부터 아버지의 모습이 전과 달라지셨습니다. 분명히 무슨 일이 있으시니 어서 말씀해 주셔요 어서요 아버지...”

윤화의 말에 배진우의 아내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영감! 윤화의 말이 옳아요. 촌장 어른이 뭐라고 하던가요?”

딸과 아내가 이렇듯 따지듯 나오자 배진우는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어 촌장 각송과 있었던 일을 모두 틀어 놓았다.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아내는 펄쩍 뛰었지만 웬일인지 윤화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잠시후 윤화가 결심을 굳힌듯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아버님! 어머님! 소녀 촌장 어른의 말을 따르겠습니다. 이 좁은 마을에서 궁색하고 가난한 촌부의 아내로 사는 것 보다 대궐에 들어가서 왕의 총애를 받으며 호화롭게 살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셔요.”

윤화(允花)의 부모는 생각지도 않은 딸의 말에 저으기 놀랐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부모의 걱정을 덜어 주려는 딸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고는 마음속으로 소리없이 흐느껴 울었다. 며칠 후 약속한 날짜에 거타지왕을 모신 어가의 행차가 마을에 도착하였다. 마을에는 곧 성대한 잔치가 베풀어졌다. 잔치는 밤늦도록 계속 되었고 백성들은 횃불을 환히 밝혀 놓고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가무를 즐겼다. 거타지왕도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신하들과 술잔을 돌리며 얼큰한 흥취에 젖어 들었다. 술자리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을 무렵 마을 촌장인 각송은 거타지왕 앞에 마을의 진상품을 받쳤는데 비단 보자기로 정성스레 포장한 큰 함이었다. 신하들은 상당히 부피가 크고 중량도 무거워 보이는 큰 함을 보고 어떤 물건일까 궁금해 하는 표정으로 어명이 떨어지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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