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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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5.1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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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앞을 보지 못해 집밖으로 나갈 수 조차 없는 은지의 어머니는 어린 딸이 고생하는 것을 생각하면 밥이 목구멍으로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지만 자신마저 없으면 은지가 외톨이로 남게 된다는 생각에 눈물을 감추면서 억지로라도 밥을 먹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은지는 다행이 그들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부잣집에서 허드렛일을 할 수가 있었고 품값도 훨씬 나아져 하루 세끼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은지는 아침에 일을 나가면서 꼭 어머니의 아침 밥상을 챙겨 드렸고 점심 때도 잠깐 집에 와서 어머니의 점심상을 보아 드렸다. 그리고 일하는 부잣집에 어쩌다 잔치라도 있어 맛 있는 음식을 얻게 되면 자기는 입도 대지 않고 그대로 어머니에게 모두 갖다 드렸다. 이처럼 효성이 지극한 은지는 생활이 조금씩 나아지게 되었지만 그럴수록 은지 어머니의 마음은 더욱 불편했다. 하루 세끼를 먹게 된 것이나 은지가 좋은 음식을 가져오는 날이면 어린 것이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실정의 은지 어머니였기에 내색을 하지 않고 지냈지만 갈수록 입맛이 없어지고 눈에 띄게 살이 빠졌다.

그날도 은지는 어머니의 점심상을 차리기 위해 짬을 내어 집으로 돌아 왔다. 그때 은지는 마루에서 울고 있는 어머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은지는 급히 어머니에게로 달려 갔다.

“어머니 무슨 일이세요? 어디 몸이 불편하세요?”

은지의 어머니는 은지를 붙잡고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니다. 아가! 나 때문에 고생하는 어린 네가 너무 가엾고 불쌍해 그런단다!”

은지는 어머니의 무릎에 얼굴을 묻으며 서럽게 흐느꼈다.

“어머니. 제 걱정은 마세요. 어머니께서 안계시면 저 혼자 어찌 살겠어요? 저는 어머니와 이렇게 함께 사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요. 그러니 어머니! 그만 눈물을 거두세요.”

그렇게 말하며 서럽게 울자 어머니가 은지의 등을 다독거리며 달랬습니다.

“아가. 울지마라! 내가 잘못했다. 내가 한 말이 네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이 어미를 용서해 다오 아가!”

“아니예요. 어머니! 어머니를 바로 모시지 못한 저를 용서해 주세요.”

은지는 어머니를 껴안고 목놓아 울었다.

두 모녀는 서로를 다독거리며 서럽게 울었다. 울음소리를 듣고 이웃사람들은 물론 길을 가다가 담 너머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은 애써 넘쳐 흐르는 눈물을 목으로 삼키며 안타가워 했다. 마당 가득 쏟아지는 햇살이 불쌍한 두 모녀의 가느다랗게 떨리는 어깨를 애처롭게 비추고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거우위왕의 눈 희미한 안개가 고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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