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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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5.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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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왜 대답이 없느냐?”

“역시 아버지가 저를 더 귀여워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먼저도 말씀드린바와 같이 재산은 아버지의 뜻대로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럼 증인에게 묻겠다. 증인들은 그런 유언을 들었을 때 이상하다고 생각했던가 안했던가?”

한 증인이 말했다.

“이상한 유언으로 느꼈습니다. 하도 이상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때와 장소가 운명할지 모르는 병석이라 참았습니다”

다른 증인이 말했다.

“저는 그가 죽게 되니까 무슨 정신병에 걸려서 횡설수설하는 모양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도 죽게 되니까 정신이 돌아버린 줄 알았습니다.”

증인으로 나온 세 사람이 이런 답변을 하자 방청객들은 잘한다고 성원을 보냈다. 이제는 재판관 도부렴의 판단만 기다리게 되었다.

“나는 이 사건이 법으로 보다는 세상의 상식과 순리, 그리고 한 아비의 핏줄을 이어 받은 남매간의 우애로 원만히 화해되기를 바란다.”

이 말에 방청객들은 실망하기 시작했다.

“흥. 별수 없구나.. 허울 좋은 명판관이었구나...괜히 구경왔구만..”

“재판을 하는 이상 시비를 가려야겠다. 문제는 그 유언의 비밀에 있다고 본관은 판단했다.”

이 말에 소송 관련자를 비롯한 많은 방청객들의 귀가 번쩍 트였다. 지금까지 여러 번 열렸던 재판에서는 전연 다루어 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점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젠 궁금한 수수께끼가 풀리나 보다.”

모두 흥미있는 기대를 걸고 귀를 기울였다.

“부모의 자식 사랑에는 딸과 아들의 차별이 없다. 그런데 이미 장성해서 출가까지 했기 때문에 생계에 걱정이 없을 딸에게는 전재산을 상속해 주고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나고 고아가 될 어린 아들에게는 야박하게 할 아버지가 어디 있겠는가. 부모를 여윈 아이를 사랑으로 길러 줄 사람은 누이 밖에 없으며 누이는 또한 당연히 그래야 할 인륜상의 책임이 있다.”

이 때 누이가 대담에 나섰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여섯 살 때부터 열 두 살이 되도록 남편의 눈치를 보며 동생을 먹이고 입혀서 키웠습니다.”

“그렇다면 동기의 핏줄은 열 두 살이면 끊어진다더냐! 잠자코 듣고 있어라!”

도부렴이 호령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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