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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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5.2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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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만일에 너희들 부친이 남매에게 재산을 똑 같이 나누어 주거나 동생에게 더 주고 죽으면 그 재산 때문에 남매간에 불미한 분쟁이 생길까 두려워한 것이 임종할 때의

걱정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전 재산을 일단 성장한 누이에게 맡겨두면 제 재산

으로 알고 아껴서 잘 보존해 갈 것으로 너희들 부친은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동생이 성인이 되면 누이가 동생의 살림을 차려주기 위해서 적어도 그 재산의 절반은 나누어 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너 같은 욕심이 많고 악독한 누이가 있을 경우에는 이미 장성한 동생이 응당 억울한 사정을 관가에 호소할 것이므로 그 때 관가에 나갈 옷도 없을 동생을 위해서 갓과 두루마기와 미투리와 백지 네 가지 유품을 남겨 주었던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지금 제가 입고 있는 옷과 쓰고 있는 갓과 신고 있는 미투리가 바로 그 유품입니다.”

만장의 방청객들은 지금까지의 침묵을 깨트리며 박수를 치며 환성을 올렸다.

“그럴거다. 그리고 백지(白紙)는 억울한 사정을 솟장에 쓰도록 미리 주었던 것이며 오직 지금까지 소송에 이용하지 못한 것은 악독한 누이가 장가도 들 수 없게 학대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도부렴은 말을 잠시 끊었다. 그리고 옆에 배석하고 있던 고을의 벼슬아치들은 힐끔 본 뒤에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유품은 동생이 그런 솟장을 올렸을 때에 만일 유능한 판관이라면 그 네 가지 유품의 비밀 즉 아버지의 전정한 뜻을 잘 판단하고 일단 그 누이에게 안전하게 보존시켜 두었던 유산을 적어도 반으로 나누어 주리라고 믿었던 증거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누이가 동생에게 재산을 주지 않으려고 욕심낸 것은 결코 죄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너희들 부친의 영혼은 딸을 원망한 것이 아니고 네 가지 유품의 비밀을 해명하지 못해서 지금까지 현명한 재판을 못한 판관을 원망했을 것이다.”

이 때 고을의 벼슬아치가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보통 같으면 대를 이어서 봉제사를 동생에게 3분의 2의 유산을 찾아주겠지만 누이에게도 그 재산을 온전히 보존한 공이 있으므로 남매가 죽은 부친의 참뜻을 받들어서 사이좋게 반반씩 나누어 갖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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