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상태바
[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5.29 1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6.

방청객들은 와! 하는 환호성을 질렀다. 누이도 이런 판결에 감탄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동생의 손을 꼭 잡았다. 이 소식이 거우위왕의 귀에도 들어 갔고 거우위왕은 도부렴에게 하사품을 내려 공정한 재판을 칭찬했다.

이 무렵 다라국 도읍지인 합천 마을에 서빈(徐彬)이라는 일곱 살 난 아이가 있었

다. 그의 아버지 이름은 서운세(徐云世)이며 어머니는 고씨(高氏)이다. 서빈 아래에는 두 살이 적은 동생이 있었는데 이름은 우래(雨來)이였다. 서운세가 서빈을 낳기 전에 서운세에게는 부성지(夫成之)라는 절친한 친구가 한 분 있었다. 이 분은 가끔 서운세의 집에 와서 서운세와 장기를 두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서운세는 서빈을 낳기 전에 결혼을 하셨는데 상처(喪妻)를 하고 홀애비로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부성지는 아내를 잃고 혼자 외롭게 사시는 서운세를 위로하기 위해 자주 서운세를 찾아온 것이다.

그날도 부성지는 서운세를 찾아 자기 집과는 십여 리나 떨어진 곳이었지만 먼 줄도 모르고 서운세의 집을 찾아왔다. 부성지와 서운세는 마치 형제처럼 다정했다. 예사 손님 같으면 사랑채 대문 앞에서 주인의 승낙을 얻은 다음 들어 갈 것이지만 부성지가 서운세의 집 사랑채를 들어가는 것은 마치 자기 집 드나들 듯 했다. 이런 것으로 미루어 보아 두 사람의 사이가 얼마나 절친한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성지는 사랑채 마루로 올라설 때에야 비로소 서운세가 목침(木枕)을 베고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을 알았다.

“허허 이 사람, 사람이 오죽이나 할 일이 없어면 대낮에 잠을 자고 있단 말인가, 어지간히 게으르구만..”

친구를 신뢰하고 있는 만큼 부성지는 사랑채로 들어가서 서슴치 않고 자고 있는 서운세를 깨웠다.

“여어! 운세! 대낮에 이게 무슨 잠이야.”

소리를 높여 불렀다. 서운세는 눈을 뜨고 양성지를 보더니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앉았다.

“자넨 언제 왔는가?”

“나는 지금 왔네만 이 사람아, 대낮에 무슨 잠이야, 논어(論語)에 재여(宰予)가 낮잠 잤다는 말을 들으시고 중니(仲尼)가 무어라 하셨나. 썩은 나무의 분토지장(糞土之杖)에 비하지 않았나? 오죽 할 일이 없어서 이 밝은 날에 잠을 자고 있담. 나와 장기나 한 판 두세. 어제 두 번이나 진 빚을 갚아야지.”

부성지는 옆에 있는 장기판을 서운세 앞에 갔다 놓고는 장기를 두기 시작했다. 서운세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밖을 내다보며, 가벼운 한숨만 쉴 뿐이었다. 장기를 둘 경황이 없는 모양 같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