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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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6.0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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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먼저 솥에서 시어머니의 밥을 퍼 따뜻한 방 아랫목에 묻은 다음 남편의 밥을 퍼서 반찬 몇 가지를 곁들여 함지박 속에 담았다. 그런 와중에도 눈물은 쉴새없이 볼을 타고 흘러 혹여 시어머니와 남편의 밥에 눈물 한 방울이라도 떨어뜨릴까봐 고씨는 몇 번이고 얼굴을 돌려 혼자 고스란히 눈물을 받아냈다. 고씨는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남편이 일하고 있는 밭으로 나갔다.

서운세는 잠시 일손을 멈추고 밭둑에 앉아 아내가 차려 온 아침밥을 맛 있게 먹었습니다. 다른 날과는 달리 아내의 표정이 어두워 보이기는 했지만 등에 업은 서량을 더욱 정성스럽게 안고 있는 것으로 봐서 서량이 칭얼거림이 어느 때보다 좀 더해서 그렇거니 하고 어림짐작만 할 뿐이었다. 서운세가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비우자 고씨는 조심스럽게 등에 업었던 아이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그리고 참았던 눈물이 봇물처럼 터지듯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아니 여보, 왜 그러시오? 무슨 일이오?”

서운세는 갑작스런 아내의 눈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아이가... 우리 아이가... 흐흐흑..”

아내의 흐느낌에 놀라 서운세은 땅에 눕힌 서량(徐亮)을 품에 안았다. 서운세의 얼굴은 순식간에 흑빛으로 변했다.

“이게 무슨 일이오? 어찌된 일이오 여보!”

“흐흐흑...아침밥을 짓고 젖을 물리려고 방에 갔더니...흐흐흑.”

고씨는 품에 안았던 서량을 바닥에 내려 놓았다.

“이 불효막심한 녀석! 이렇게 일찍 가다니 말이 되느냐? 일흔이 넘으신 할머니를 두고 네가 먼저 가다니.”

서운세는 피눈물을 흘리며 어린 아들의 뺨을 사정없이 때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보다 못한 고씨가 남편의 손을 잡고 함께 울부짖으며 매질을 말렸다.

“제 명대로 살다 가지고 못한 이 불쌍한 어린 것에게 이 무슨 몹쓸 짓이란 말입니까? 이러지 마세요. 흐흐흑.”

고씨가 남편의 손을 잡고 절규하던 순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제가 울음을 터뜨렸다.

“응애! 응애!”

서운세와 고씨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땅에 눕혔던 어린 아들을 껴안았다. 기적처럼 죽었던 서량이 살아난 것입니다. 아들의 죽음에 애통해 하던 서운세와 고씨의 눈물은 금세 기쁨의 눈물로 바뀌었다. 죽었다 살아난 서량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부모의 품속에서 생긋생긋 귀엽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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