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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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6.0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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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서량(徐亮)이 3살 때 서량의 동생이 태어났다. 이름은 거성(巨星)이다. 아버지께서는 큰 장군이 되라고 해서 이름을 거성이라고 지었다. 거성이가 2살이고 서량이 5살 때였다. 서량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늘 나무 꼬챙이로 마당에서 그림을 그렸다. 서량에게 서운세는 무척 대견스럽게 생각하였다. 서운세는 화가이긴 해도 그림에만 열중하지는 않았다. 손바닥만한 농토에 의지하여 농사를 지으며 먹고 살다보니 그림을 그릴 여건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서운세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화가의 꿈을 서량을 통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서운세는 늘 서량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서량이 다섯 살이 되면서부터 그는 그림을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작은 공간이라고 있으면 서량(徐亮)은 그림을 그렸다. 서량이 그림을 그릴 때는 영감이 떠 올랐다. 그래서 서량에게 필요한 것은 화신(畵神)의 힘 뿐이었다. 물질적인 것은 불쌍하고 필요한 사람들의 것이었다. 서량은 아침 해가 뜨면 늘 나무 꼬챙이로 마당에서 그림을 그렸다. 하늘에 달아 다니는 참새나 까치등 새나 기어 다니는 개와 같은 동물보다는 한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나무들을 그렸다. 때로는 냇가 개 모래밭에 나가 모래 고챙이로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때 서량(徐亮)의 그림을 보고 잘 그린다고 동네 아이들이 서량에게 칭찬을 해 주었다. 칭찬을 받을 때마다 서량은 더욱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졌고 더 잘 그릴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그림에 노력해도 누구 한 사람 서량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서운세만 서량에게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가끔 동네 사람들은 서량에게 웃음을 던지기도 했다. 가난한 집에서 열심히 농사를 지어 곡식이라도 한 톨 더 건져 올리는 것이 좋지 돈도 안되는 그림을 그려서 무엇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량은 가난해도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서량은 누가 뭐라고 해도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서량이 열 살 때였다. 어느 날 서량(徐亮)은 어머니를 따라 절에 갔는데 그때 법당안에는 여러 사람들이 불상 앞에서 절을 하면서 소원을 빌고 있었다. 서량도 어머니 옆에서 불상을 향해 절을 했다. 그러면서 그림을 잘 그리도록 머리에 영감을 불러 넣어 달라고 부처님께 소원 기도를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어머니도 그렇게 기도했다고 한다.

그날 집에 돌아 온 서량은 꿈속에 부처님이 나타나셨다. 그리고 서량을 넓은 바닷가로 데리고 가더니 그림을 그리는 큰 붓을 하나 주시면서 네 마음대로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 보라고 하였다. 그래서 서량은 부처님이 주신 붓으로 넓은 모래밭에 그림을 그렸는데 파도가 밀려 왔다가 밀려가는 모습을, 그리고 바다위를 날라 다니는 갈매기도 그렸다. 그러자 부처님은 마치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 잘 그렸다고 칭찬을 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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