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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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다라국의 후예들
  • 권우상
  • 승인 2020.06.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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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부처님의 계시(啓示)는 가끔 일어났다. 그래서 부처님이 서량에게 영감을 불러 넣어 줄 때마다 서량은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어디든지 그림을 그릴만한 공간이 있으면 그림을 그렸다. 소나무도 그리고 참나무도 그리고 가을이면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도 그렸다. 하지만 서량은 산수화를 자주 그렸다. 사시시철 푸른 소나무가 좋아서 였다. 소나무는 다라국 사람들의 기백이기도 했다. 봄이면 꽃도 그렸다. 진달래꽃, 동백꽃, 개나리꽃 등 무엇이든지 그렸다. 그러나 아직은 서툰 솜씨지만 동네 사람들은 어린이 치고는 잘 그렸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그럴 때마다 서량은 더욱 용기를 내어 더 잘 그릴려고 노력했다.

서량(徐亮)이 열 두 살 때 동생 거성(巨星)은 일곱 살이었다. 거성은 그림에는 소질이 없고 늘 막대기를 가지고 놀면서 아이들과 장난으로 칼싸움을 하곤 했다. 그리고 서량이 열 네살이 되고 거성이 열 한살이 될 때에는 서량과 거성은 완전히 다를 길로 향해 가고 있었다. 그때 거성은 앞으로 장군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면서 가끔 동네 아이들과 싸우면 늘 이기곤 했다.

아이들과 놀아도 늘 우두머리 노릇을 했다. 그런 거성의 행동에 서운세는 만족해 하였다. 서량은 동네 아이들과 싸우면 늘 얻어 맞았다. 여러번 싸운 적이 있지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럴 땐 동생 거성이가 와가 서량을 때린 아이를 혼내주곤 했다. 서운세도 화가이지만 가난하게 사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서량은 가난해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그림 그리는 일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시어 죄 많고 불쌍한 중생들을 위하여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며 극락의 길로 안내하였으나 사람들은 부처님을 외면하고 고통과 죽음만 안겨주다. 서량은 부처님이 가르쳐 주신 그대로 사는 것이 이 세상을 오직 바르게 살아가는 길임을 믿고 제 모든 것을 이곳에 바쳤다. 전쟁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기도 한다. 전쟁뿐 아니라 육신의 고통은 부처님을 외면한 데에 비롯된 것이란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에게 의지하며 산다는 것이 서량의 생각이었다.

서량의 나이 열 두 살 때이다. 이제는 그림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사물을 보고 관찰하는 능력은 어릴 때보다는 향상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더 많이 그림을 그렸다. 집 마당에도 그리고 담벼락에도 새와 나무 그림을 그리고 흙으로 초벽을 발라 놓은 헛간의 벽에도 나무나 새를 그렸다. 나무뿐만 아니라 가끔 닭도 그리고 소도 그리고 돼지도 그렸다. 그러나 아직은 그림이라기 보다는 나무나 새나 소와 돼지 같은 동물을 모양을 흉내내는 정도였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잘 그렸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서량은 칭찬을 받을 때마다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늘 더 잘 그려야겠다는 생각 불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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