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하나로 사람을 판단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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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하나로 사람을 판단한다고?
  • 포항일보
  • 승인 2023.10.3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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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지자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여대생의 갤럭시(삼성전자 스마트폰) 관련 발언이 누리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해당 여학생은 “갤럭시 어떠냐? 갤럭시 쓰는 남자”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제 친구가 (남자에게) 연락처를 줬는데 상대방 스마트폰이 갤럭시라서 당황했다”, “갤럭시를 쓰는 건 상관없는데 그걸로 나를 (사진)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발연했다. 

이 발언으로 인해 영상 댓글창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불타올랐고 해당 지자체마저 지역 홍보, 주민 소통이라는 본질은 잊은 채 자극적인 맛을 살리려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결국 해당 지자체는 해당 영상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드는 게 비단 이 영상뿐만이 아니겠지만 사실 이 논란은 암암리에 있었던 일종의 스마트폰 계급(?), 스마트폰 차별론(?)을 수면 위로 끄집어냈기에 더욱 시끄러웠다. 나 역시도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특히 10대, 20대 사이에서는 갤럭시가 ‘아재폰’, ‘촌스럽다’라는 이미지가 꽤 깔려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이유만으로 아이폰으로 갈아타진 않겠다만 ‘혹시 나까지?’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두 스마트폰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이미 손에 익은 스마트폰을 두고 굳이 이미지 때문에 바꾸는 건 묘한 열등감, 패배감마저 든다. 아이폰은 녹음이 안 되니까라는 말로 변호하는 데 한계가 있기도 한 것 같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같은 값이면..’이라는 말이 제법 들리는 것도 괜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스마트폰 하나로, 그것도 사용 내역이 아닌 스마트폰 기기 하나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건 드립이나 유머로 치부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불타는 걸 보니 갤럭시파든 아이폰파든 마음 속 깊은 곳엔 나처럼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었던 듯하다. 사실 꼭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기준들로 소위 ‘끕’, ‘레벨’ 더 나아가선 ‘계층’을 구분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몇 년 전에는 아이들 사이에서 휴먼시아(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을 ‘휴거(휴먼시아 거지)’라는 단어로 깎아내리며 어른들도 아닌 아이들끼리 비교하고 낮잡아 봤으니 어쩌면 비교 자체는 우리나라 사람들 몸 안에 흐르는 DNA일지도 모르겠다.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무리하고,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 기를 쓰고 대세를 따라가는 모습은 이미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 현실에서도 일상적인 수준이다. 굳이 어떤 기준이 아니더라도 좋은 직장을 위해 좋은 대학을 가야하고 좋은 대학을 가려면 내신을 잘 받아야 하고, 내신을 잘 받으려면 주위 친구들과 끝없이 경쟁해야 하는 우리들의 성장과정이 어쩌면 이런 같잖은 비교 심리를 부추기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이슈를 살펴보면 결국 아재스럽다는 갤럭시도, MZ 감성 물씬 나는 아이폰도 잘못이 없다. 결국 그 스마트폰을 비교하며 특정 스마트폰을 낮잡아보는 것도 모자라 쓰는 사람까지 무시하는 일부 소인배들의 잘못일 뿐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사람을 비교했던,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의 문을 조금만 더 열어보면 어떨까. 다르게 생각해서 내가 오늘 빨간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립스틱 색이 진하다는 이유로, 버스 대신 택시를 탔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먹고 무시당한다면 절대 기분 좋을 리 없으니까. 하루하루 점차 경쟁과 비교가 피곤할 정도로 심해지고 있다. 한 템포만 천천히, 멀리서 넓게 바라보자.

이시연(포항시 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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